[영화는 영화다] 액션 영화의 '리얼리티'속으로 - 2008/09/16 19:19
한 편의 영화 엔딩 크레딧이 좍좍 올라가는 순간...
그럴 때가 있다.
굳이 시원한 생맥을 마신
직후가 아니라도
"캬-"
이런 식의 추임새(?)가 나올 수 있는,나도 모르게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들이 있다.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연휴 첫날을 맞아서는 오전 9시 몇 분 쯤 천오백년만에 조조할인까지 받아가며 본
<영화는 영화다> 이거 이 영화 정말 내게 작은 충격을 주었다.
줄거리 나열이 그야말로 쓸데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영화인지라 넘어가고 전체적인 부분과 캐릭터만 가지고 감상후기를 써봤다.
깡패처럼 살고 싶은 배우, 배우처럼 살고싶은 깡패.
묘하게 닮아있는 두 남자가 끈덕지고 거칠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주먹질을 해대는데 그 구성이 어찌나 치밀하고 리얼한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일개 관객에게서 이런 소름이 나올 수 있는 건, 진정 '장훈'이라는 감독의 재능있는 연출의 힘이고 또한 극본을 맡은 '김기덕'이라는 -유독 여성관객 입장에선 짜증나죽겠지만 재능만큼은 인정하는-사람이 쫀쫀하게 시나리오를 이끌어가는 날선 힘 덕이다.
(스포일러 있음)
영화가 전반적으로 남성주의적인 영화이기도 하고 그걸 표방한 느와르 분위기도 약간은 풍기기 때문에 사실 여기서 여성 캐릭터 비중이 어쩌고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어 대략 생략한다.
그래도뭐 섭섭하니깐-딱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김기덕 감독 특유의 여성에 대한 가학적 사랑 혹은 섹스의 묘사가 있다. 감독만의 트라우마쯤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다.예전처럼 열라게 김기덕 감독 영화를 씹어대봤자 내 입만 아니 자판 두드리는 손가락만 아프지.-_-;이 감독의 특성이라 이해해버리면 속편하다.걍.
그리고 언급 안 할 수 없는 진흙범벅 엔딩씬.
크흐- 대단하다.보는 내내 배우들 고생 많이들 했겠다싶었다.연기이면서도 리얼인 이 주먹씬은 정말 최고였다.이 최고란 말은 액션영화답게 액션이 '날것으로' 싱싱하게 살아있었다는 말이다.
둘 중 누가 영화 엔딩씬 승리자가 될지 안 될지 따위 극 흐름상으론 전혀 중요하진 않지만 숨막히는 그들만의 액션에 옴팡 빠져보노라면 진흙 범벅이라 제대로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그 마지막 승리자 얼굴이 순간 누굴까 두근거리기도했다.
물론 짐작으로 누구일지 알고는 있었다. 이건 그냥 장면에 흡수되어버릴 듯한... 일종의 장면의 마력이다. 마지막에 새까만 진흙으로 뒤덮힌 얼굴이 눈을 껌뻑이며 터벅터벅 카메라로 걸어나오는데 우와-우와-그저 감탄사만 나왔다.
강지환과 소지섭의 연기는 어떠했나.
워낙에 나는 강지환의 팬이므로 그에 대해선 칭찬밖에 나올 수 없다.최대한 간단히 적어보자면...^^;;;
외모에서 느껴지는 이지적 이미지는 그저 덤일뿐이고 말투가 어쩜 그렇게 양면을 가지고 있는지 매력있어 죽겠다.싸가지 없이 말끝머리가 흐려지는데 재밌는 건 이런 말투가 어떨 땐 꽤나 순진무구하게 들린다는 거.
평소 강지환이 맡았던 역할과 그리 다를바는 없었지만 또 사실 이런 캐릭터에 이 연기자만큼 잘 어울려주시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싶더라.싸가지 없고 비겁한데다 쓸데없이 승부욕 강한 그렇고그런 남성 캐릭터.아주 잘 어울렸다.
소지섭은 그냥 영화를 보다보면 그 자체가 화보다.멋있다.나는 실질적으로 너무 멋있어서 매력을 못느끼겠지만말이다.아마도 여성팬들 여럿 실신하실 듯.ㅋㅋ 연기도 나무랄데 없이 무난했다.대사가 상대적으로 많진 않았지만 그 뭐랄까 나름의 포스가 있어주셔서 대사가 그리 필요치 않았던 듯.^^;;;;
고창석 이란 분...영화 감독으로 나오는데 정말 리얼리티 제대로다.어찌나 어리버리한 기회주의자 감독으로 분하시던지.ㅋㅋ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찍고싶은 영화에 대한 고집은 있어서 끝까지 영화 한 편을 멋지게 완성한다.
영화는 바로 이런 영화류의 매력때문에 자꾸만 빠져들어 보게 되는 듯 하다.
크게 돈 들어간 티도 안 나는데 흡입력 제대로 있는 내러티브와 연출력,연기,영상 등등이 돋보일때말이다.게다가 유머감각이 곳곳에 있어 심심치도 않다.
고딩시절 소설나부랭이를 교과서적으로 배울때 주워들은 액자식 구성이 아닐까 생각했다.영화속에 또 다른 영화가 숨어있고 그 영화 속 영화에 푹 빠져 있다가 마지막에 또 영화속 관객으로 마무리되는 그런 복잡하고도 독특한 영화.
최근에 본 영화 중 <맘마미아>와 더불어 적극 추천하고픈 영화되시겠다.브라보.짝짝짝.
.
.
극장을 나오는데 씁쓸한 생각과 부러운 생각이 조금 들었다.
남성 감독들은 이다지도 죽죽 잘 만들어주시는데 왜 우리 여성감독들은 눈에 안 들어오는건가.척박한 세계의 토양부족(?)때문인가뭔가.대체 뭐가 부족한 탓인가.씁쓸해졌다.내 머릿속에 턱 박혀있는 한국여성감독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임순례,변영주,박찬옥 정도만이 뇌리를 스쳤갔다는.-_-;;;또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다 결국 생각이 나질 않았고 커피 홀짝이며 생각해야해해야해 주입하며 걷다가 결국 나는 그만 그 조차도 까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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