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라이트 요코하마  -  2009/07/04 01:55


신동엽이 '껍데기는 가라'고 했을 때
난 입시를 준비하는 철없는 아이로서 그저 짜증났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은 외워야 살아남았던 시절.
역사시간, 태정태세문단세~어쩌고를 외우게 하며 몽둥이 들었던 선생을 원망하며 난 별 생각없이 신동엽도 원망했다.
왜그리 역사에 남을 시를 써서는 외우게 하느냐고.-_-   

근데
기억을 굳이 더듬지 않아도 슬슬 막연하게 그 시가 떠오른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만 남아가는 내가 좀 우습게 느껴져서.
언젠가 친구에게 그런 글을 남겼던 적이 있다.
있잖아 살아갈수록 계속 내가 괴물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그때 그 친구는 그랬다.
드디어 너도 알아챘구나.나도 그래.나도 자꾸만 나이가 들수록 괴물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나는 또다시 답했다.
웃긴건 괴물이 되지 않는 방법을 모르겠어.그냥 그렇게 계속 그렇게 계속 흘러가고 쌓여가.

그때 그 친구는 잘 지낼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쟁취하기 위해 어느 고즈넉한 절에 들어앉아 자신을 수행했던 아이.

아주 최근엔.그래봤자 한 달 전인데 인사동 갔다가 그녀와 거닐던 거리들이 눈에 쏙쏙 밟혀오길래 전화를 불쑥 걸었다.

잘 지내는지 묻고싶었으나.그건 그냥 대강 묻혀버리고
결국은 현실적인 고민들을 풀어놓고 나는 그냥 도움을 받고야말았다.
장구와 꽹과리가 얼마나 예쁜 소리가 나는지 생일에 먹는 수수팥떡이 얼마나 맛나는지 아이에게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러다보니.
늘 부족한 엄마인 나는 그녀의 차분한 말들을 경청하게되고만다.

그리고. 걸었고 걸었던.

+
최근에는
영화 <언노운 우먼>을 겨우 시간을 맞춰 보고 오는 길에 '씨네21'을 읽었고 거기서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대한 글을 읽었고 그 속에 내가 언젠가 언급했던 일본 뽕작 제목을 다시 기억해냈다.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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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금요일 밤은 여유 있어 새삼스레 찾아보았다.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
급작스레 몰려오는 이 단순한 음률에서 오는 재미난 감정은 무엇인가.ㅋㅋ

최근에 악몽으로 시달리며 어제는 소리까지 내질렀다.내가 지르는 소리에 내가 놀라 깨서 잠깐 깼던 기억.
신기한 건 그렇게 처절하게 꾼 꿈이 지금까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일은 비가 또 올까.
내일은 또 꿈을 꿀까.

꿈을 꾸지 않는 밤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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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kei | 2009/07/04 02: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화 콰이어트맨이 생각나요. 크리스천 슬레이터 때문에 본거지만,, 포스터를 보고나서 괜히 보고싶어졌었는데..
    우리는 과연 괴물이 되는건가에 관해.. 저도 꽤나 생각해 가던차 였거든요..
    저는 그래요, 괴물이 되어 가는건 아무래도 좋다.. 다만.. 괴물이기 이전의 내 어렷을적 동심을 잃은것이 너무나도
    뼈아프고, 돌이킬 수 없음에 가슴아프다..라고.

    제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들면.. 습관처럼 토토로를 한번씩 봐요 ^^;
    그걸 보고면 말이죠..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수십번째 보는건데도.. 그때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꺅꺅 거리면서 함께 흥분하고, 밤에 나무가 자라도록 쑥쑥이 동작 할때면 어기적 일어나서 같이 팔을
    하늘로 뻗는 동작을 하게되요..

    필그레이님에겐 오리지널 동심인 은재씨가 곁에 있으니, 언제고 동심을 찾고 싶을때.. 혹은 괴물이
    되는것 같을때, 은재씨 귀에 속삭여 보세요. 가르쳐 달라고 방법을 ^^
    그럼 아마도.. 가르쳐 줄거라 믿어요~

  • BlogIcon Capella★ | 2009/07/04 10: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껍데기만 남아가는 휴 - 슬프게도 참 그래요. 저 시 기억나요. 저는 이과 주제에 교과서에 실린 시를 참 좋아했어요. 우리 공부할 때 진짜 두꺼워서 백과사전 처럼 생겨서 교과서 + 수능 + 모의고사에 나오는 모든 시가 해설과 함께 들어있는 문제집이 있었는데 그 문제집 정말 좋아했어요. 그냥 읽으면 아무 의미 없는것 같은데, 작가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시를 썼는지 생각하면 또 신기하게 이해가 되고 그런게 즐거웠던 거 같아요. 그렇게 머리로만 이해하던 것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의미던 아니던.. 저 껍데기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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